대학생기자단

잠깐, 저는 로봇인데 그래도 계속 대화를 하시겠어요?

작성자
remember9321
작성일
2018-05-29 11:08
조회
262
“할게요가 아니라 처리하라고! XX년들이 어디서 죽으려고 사람 우습게 생각하고 있어 XX년이.”

전화 상담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굳이 더 언급하지 않아도 잘 알려져 있다. 사람들과 언론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 덕분에 조금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담원에게 악의적으로 폭언과 욕설, 성희롱을 일삼고 또 억지를 부려서 기업에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. 나쁜 마음으로 휴대폰을 든 피의자들은 조만간 이런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. “잠깐, 저는 로봇인데 그래도 계속 대화를 하시겠어요?”

이달 초 Google I/O(Input/Output, Innovation in the Open) 2018에서는 흥미로우면서 다소 충격적인 모습이 있었다. 바로 ‘구글 듀플렉스Google Duplex’였다. 이번 행사에서도 Gmail, 구글 맵, 구글 포토 등 구글 앱의 업그레이드와 안드로이드P의 업데이트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들을 많이 선보였지만, ‘구글 듀플렉스Google Duplex’만큼 화제가 된 것은 없었다. 불과 두 해 전 선보인 인공지능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단순한 명령 이행을 넘어서, 주어진 과제를 융통성 있게 해결하는 ‘비서’라고 부를 만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. 아직 보지 않았다면, 꼭 보길 바란다.


그림1; 미용실과 식당에 예약 전화를 거는 구글 어시스턴트; (참고영상: https://youtu.be/bd1mEm2Fy08)


실제 위와 같은 시연 영상을 보면서 시청자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대화의 문맥뿐만이 아니라 구글 어시스턴트의 자연스러운 음성이다. “Umm-hmm”과 같은 추임새에 미용실과 식당의 직원은 자신이 통화하는 대상이 인공지능일 거라는 상상을 하기 힘들다. 이제 집에서 말 한마디로 피자를 시키고 택시를 부르는 일이(지금도 실제로 가능한 지역이 많다) 가능해진 것이다. 놀란 가슴이 조금 가라앉은 후에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한가지 걱정이 떠오를 수 있다. 내가 통화한 상대가 인공지능인 것을 모르고, 그 인공지능이 비윤리적 행동을 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의 소재인가? AI의 음성은 사람의 음성 신호를 수집해 만들어진 것인데, 어떤 사람을 악의적으로 사칭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구분할 수 있을까?


인공지능이 인간에 가까워질수록, 그래서 구분하기 어려워질수록 윤리적 걱정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. 실제로 뉴사우스웨일스대학(UNSW)의 AI 전문가인 후세인 아바스 교수는 AI가 대화에 앞서 자신이 로봇임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. 또 어떤 클라이언트를 대신하여 통화하고 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. 꼭 범죄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. 오늘 처음 통화한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과 대화를 마친 당신은 상대방과 말이 참 잘 통하고 위로를 받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. 사실은 그 상대가 인공지능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런 깊은 대화를 했다고 해서 기분이 꼭 상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. 하지만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 대신 인공위성에 대고 소원을 빌었다면, 나중에라도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, 조금은 상실감이 돌아오지않을까.

 

*Reference

http://www.ciokorea.com/news/38229

 

2018.5.29

취재: 이병구 기자(byoungnine@gmail.com) , 편집: 홍지은 연구원
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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